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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역사/서양 복식사

중세 후기 복식4(15세기)

15세기 복식의 일반적 특징

15세기 초에는 14세기의 스타일이 그대로 유행하였으며, 남녀 모두 볼륨 있는 우플랑드를 입었다. 1425년 이후 복식이 화려해지기 시작하여 상류층의 의례적인 의상은 15세기 말까지 과장과 확대가 계속되면서 복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남자의 푸르푸앵이 15세기까지 진행되면서 옷 길이가 짧아져서 웃옷이 되었는데, 영국에서는 옷 길이가 짧고 몸에 꼭 끼는 이 웃옷을 더블릿(doublet)이라고 하여 15세기 이후 중요한 남성복의 한 품목이 되었다. 남자들이 더블릿을 입게 되면서 속에 셔츠를 입는 것이 유행하였다.

여자 복식은 15세기 전반 50년 동안에는 남자 복식보다 변화가 적었으나, 15세기 말기에는 시대의 전환기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징조가 나타났다. 여자 복식은 목을 감싸고 감추던 것에서 14세기에 둥근 목둘레의 꼬따르디를 입었고, 15세기 말에는 목과 가슴을 노출시키는 데콜타주(d'ecolletage)가 등장하였다.

15세기에 입기 시작한 로브(robe)에 여러 가지 대조적인 스타일이 창안되었다. 즉, 소매통이 타이트한 것과 매우 넓은 것, 목둘레가 아주 높은 것과 낮게 파인 것, 윗길(bodice)이 착용자의 취향에 따라 긴 것과 짧은 것 등이 대비를 이루었으며, 윗길과 스커트 부분을 분리해서 재단하면서 윗몸은 더욱 꼭 끼게 스커트는 넓게 구성하였다.

15세기 말에 복식 사상 처음으로 옷을 째어 입는 슬래시가 소매에 생겨났다. 팔꿈치 부분을 +자형으로 째거나 더블릿의 슬리브에 수직선으로 몇 갈래로 째어 안감을 대거나 속에 입은 슈미즈가 밖으로 삐져나오면서 색다른 멋을 내는 복식 디자인이 나왔다. 따로 떨어지게 만든 소매를 진동 둘레에서 끈으로 꿰어 붙이는 새로운 방법도 고안되었다.

모피로 안을 대어 입는 것이 유행하였고, 가장 기이한 것은 높이가 90센티미터나 되는 헤닌이라는 고깔모자를 쓴 점이다.

15세기경 우플랑드, 헤어스타일(출처-패션전문자료사전)
15세기경 여성 복장, 헤닌(출처-패션전문자료사전)
15세기경 푸르푸앵(출처-패션전문자료사전)

15세기 의복의 종류

우플랑드

우플랑드는 15세기의 가장 특징 있는 의복으로 전세기에 이어 상류층에서 실내복과 외출복으로 계속 애용되었다.

허리에 벨트를 하여 파이프 오르간 주름이 위아래에 방사선 모양으로 퍼지게 하여 주름의 미를 표현한 것을 볼 수 있다.

소매는 깔때기형의 소매 외에 백 슬리브(bag sleeve)라고 하여 동양의 두루마기의 소매처럼 넓으나 부리에 커프스가 있어서 손목에서 좁아지는 새로운 소매가 나왔다. 깔때기형 소매에는 겉감과 대비를 이루는 색으로 안을 댄 것도 있었다.

목둘레에는 여전히 하이네크로 높은 스탠딩 칼라가 달렸다. 벨트는 원래의 허리선에 하거나 벨트 없이 넓게 퍼지는 실루엣으로 착용하였으며, 여자는 대게 하이 웨이스트에 벨트를 하였다.

상류층에서 사치스러운 취향을 나타내기 위해 전체에 무늬를 넣어 짠 비단과 금실로 무늬를 수놓은 옷감을 사용하였고, 털 장식을 손목 둘레와 아래 도련에 하거나 털로 안을 대어 입기도 하였다.

푸르푸앵

푸르푸앵은 14세기보다 옷 길이가 짧아져서 15세기 후기에는 엉덩이선 바로 아래까지 짧아졌다. 허리선이 잘록하게 들어가고 윗몸이 꼭 끼게 되었다.

소매는 어깨를 넓어 보이도록 소매 윗부분에 주름을 잡거나 심을 넣어 확대시키고 손목으로 갈수록 좁아지고 꼭 맞았다. 목둘레에는 높은 스탠딩 칼라가 달리고 앞 중심에서 단추로 여미게 되어 있고, 속에 흰색 셔츠를 입었다.

옷감은 섬세한 모직, 벨벳, 실크 등을 사용하였다.

쇼스
푸르푸앵이나 더블릿의 옷 길이가 점점 짧아짐에 따라 허리선까지 오는 긴 양말 모양의 쇼스(호즈)를 입었다.

초기의 것은 브레를 속에 입고 그 위에 쇼스를 입어 허리끈에다 쇼스의 끝을 각각 연결시켰으나 팬티호즈와 같은 것이 나오면서 좌우 가랑이가 떨어진 형태는 입지 않게 되었다. 좌우 가랑이를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쇼스의 앞뒤 중앙에 역삼각형의 천 조각을 붙여서 연결하였는데, 앞 중심에 댄 삼각형의 천에 심을 넣어 크기가 커진 것을 코드피스(codpiece)라고 하였다. 이것은 남성의 성기를 돌출시키는 효과를 나타냈고, 16세기에는 코드피스에 슬래시나 장식까지 하였으므로 매우 특이한 복식 표현으로 간주되었다.

15세기 말에 편직 기술이 발달하여 다리에 더욱 밀착되고 신축성이 있는 쇼스가 나왔고, 양쪽 다리의 색깔이 다른 것이나 무늬가 있는 것 등이 있었다.

로브

여자들이 수세기에 걸쳐 입어 왔던 모든 겉옷은 15세기에 와서 로브(robe) 혹은 가운(gown)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로브의 형태는 그 당시 유럽 여러 나라마다 디자인에 차이가 있었다.

로브는 여자만이 입는 것으로, 일반적인 특징은 길(bodice)의 길이가 짧아서 하이 웨이스트에 벨트를 하고 목둘레가 많이 파인 네모형이나 둥근 목둘레이고, 스커트 부분이 길고 넓게 퍼지는 것이다.

로브의 소매는 두 가지 유형으로 타이트 슬리브와 깔때기 모양으로 소맷부리가 넓게 퍼지는 것으로 나뉘고, 부분적으로 여러 가지 다른 모양이 있었다.

로브의 목둘레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었다. 영국의 로브는 대게 하이네크이거나 스탠딩 칼라가 달리고, 독일은 둥근 목둘레,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V자형의 목둘레가 지배적이었다. 프랑스 로브의 앞 목둘레가 벨트 한 곳까지 V자형으로 깊이 파인 점은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여자의 목이나 가슴의 노출은 중세를 통해서 오랫동안 금기로 되어온 것이므로 속에 받쳐 입은 슈미즈로 가슴을 가리거나 넓게 드러난 목둘레에 얇은 천으로 가리개를 하였다. V자형의 목둘레에 숄칼라와 유사한 턴 오버(turn over) 칼라를 달았는데, 칼라를 로브의 바탕색과 다른 색으로 하거나 털로 만들어 달았다.

벨트는 젖가슴 바로 밑에 하고 주름을 규칙적으로 잡아서 넓은 스커트 폭을 정리하거나 스커트 앞부분을 위로 끌어올려서 핀을 꽂는 경우와 손으로 스커트 자락을 잡아 올려 드레이프가 생기게 입었다.

쉬르코

프랑스에서 여자들이 맨 겉에 쉬르코를 입는 것이 유행하였으나 문장으로 장식하는 것은 없어졌다.

담비 털로 진동 둘레나 아래 도련을 트리밍 하던 것은 브레이드나 금실로 수놓은 넓적한 장식으로 대체되었고, 담비 털은 쉬르코의 윗부분에만 계속 사용되었다.

15세기가 진행되면서 쉬르코의 목둘레가 점점 많이 파여서 어깨가 다 드러날 정도였다. 영국의 쉬르코는 진동 둘레를 담비 털로 트리밍 하였고, 앞 중심에 한 줄로 장식 단추를 다는 것이 유행하였다.

여자들이 로브를 입기 시작하면서 쉬르코나 외투는 잘 입지 않게 되었다.


15세기경 여자 헤어스타일 헤닌(출처-패션전문자료사전)
15세기경 여자 헤어스타일 뿔모양(출처-패션전문자료사전)

15세기 헤어스타일과 모자

머리 모양과 모자는 14세기와 유사한 스타일이 계속 유행하였고, 의복에서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장식하거나 확대, 과장하는 것이 나타났다.

영국에서 유행된 새로운 모자 형태에는 뿔 모양, 심장 모양에 심을 넣어 부피가 있게 하고, 겉에 보석 장식과 베일을 늘어뜨린 것이 있었다.

남자들은 챙이 없는 슈거로프 해트(sugar-loaf hat)나 챙이 좁은 것, 챙이 넓은 모자를 썼으며, 모자에 타조 깃털을 꽂는 것이 유행하였다. 긴 꼬리와 같은 리리파이프가 달린 샤프롱은 15세기 말에는 쓰지 않게 되었다. 남자들은 모자 밑에 흰색 리넨이나 검정 벨벳으로 만든 코이프를 썼는데, 머리통에 꼭 맞는 이 코이프는 후에 나이트 캡이 되었다.

여자들의 머리형에는 터번형, 뿔 모양, 심장 모양, 땋아서 망으로 싸는 형 등이 있었다.

터번형은 15세기 중기에 유행하였던 것으로 철사 틀에 실크나 벨벳을 주름잡아 씌워서 둥글게 만들고 겉에 진주와 보석을 장식하였다. 터번에 별이나 초승달 모양의 장식이 있는 것은 터키 풍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에서 유행된 뿔 모양은 양쪽 이마에서 바깥쪽으로 철사를 뻗치게 하여 실크나 리넨으로 된 베일을 드레이프 시켜 어깨까지 늘어뜨렸다.

심장 모양은 머리를 망으로 씌운 뿔 모양이 좌우에 있고 그 위에 다시 심을 넣은 롤(roll)을 얹거나 베일을 씌운 것으로, 값비싼 천과 보석으로 장식하였으므로, 이러한 머리 장식물은 유언장에 등장하는 재산목록에 들어가는 품목이었다.

망으로 싸는 형은 14세기의 원통형에서 원형의 양의 뿔형으로 바뀌었고 관을 써서 고정시켰다.

15세기를 특징짓는 헤닌은 약 90센티미터 높이의 고깔모자에 비단을 씌우고 뾰족한 끝에 두 장의 직사각형 베일을 고정시켜 길게 늘어뜨렸다. 쓰는 법은 머리카락을 모자 속에 모두 넣고 뒤쪽으로 약 40도 각도로 기울게 쓰고 앞이마에 검정 벨벳의 프런틀릿(frontlet)을 댄 것이 있었다.

윔플, 고짓, 바르베트(barbette) 등은 나이 든 여자들이 썼다.

15세기의 신발

남녀 모두 앞부리가 뾰족한 크랙코우나 패튼을 신었다. 여자의 신은 남자 신보다 앞부리의 길이가 짧아졌고 대체로 로브에 가리어져 있어서 여자 신발 모양이 자료에 많이 나타나 있지 않다. 부드러운 가죽의 부츠는 발목에서 끈이나 단추, 버클로 잠그게 되어 있다.

뾰족한 신발의 형태는 1450년경부터 정상적인 형태로 되돌아갔고 앞부리가 둥글어졌다. 신발의 재료는 가죽, 비단, 벨벳 등을 사용하였다.


15세기의 액세서리

남녀의 거들은 실용성과 장식성을 띤 중요한 품목이었다.

보석 장식을 한 폭이 넓은 거들이나 가죽을 된 것이 있었고, 여기에 일용품을 넣은 주머니나 지갑을 차고 다녔다. 향낭이나 문장을 금사슬로 연결하여 거들에 매어 달기도 하였다.

15세기 후기에 칼라처럼 넓은 목걸이가 유행되었는데, 부자들은 집에 전속 장인을 고용하여 필요한 액세서리를 만들도록 하였다고 한다. 목걸이를 한 번에 2~3개를 하거나 목걸이와 펜던트를 같이 하기도 하였다.

반지를 많이 끼어서 모든 손가락에 낀 예도 있으며, 엄지손가락에는 문장 반지나 부적 반지를 끼었다. 부적 반지는 신비한 뜻의 문자나 상징물이 새겨져 있거나 동물의 이빨을 세팅한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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