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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역사/서양 복식사

16세기 복식1(르네상스 시대)

역사적 배경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 운동은 16세기부터 17세기에 걸쳐서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유럽 제국이 이탈리아의 인본주의나 예술 양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15세기 말에 이르러 강력한 군주제에 의해 국내 평화가 유지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16세기에는 예술의 부흥기. 종교의 개혁기, 자본주의의 출현기, 탐험과 정복의 세기로 일컬어진다.

 

 르네상스 시대에 성행한 인간성의 탐구는 훌륭한 예술 작품에 많이 나타나 있는데, 회화나 조각에서 보면 중세의 인간미가 배제되었던 표현에서 인체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표현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각 예술의 부흥이 예술가들로 하여금 인체의 아름다움을 이상화시키도록 유도하였고 따라서 의상의 선과 색채에도 우아하고 조화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스타일뿐만 아니라 복식 미를 더하기 위해서 보석, 자수, 화려한 직물, 레이스 등을 장식으로 사용하였다.

 

 한편, 종교 개혁은 새로운 사회 질서의 바탕을 마련하였고, 인본주의 사상의 확산은 사람들로 하여금 재물을 교회의 제단에 바치는 대신 자신을 위하여 기꺼이 쓰도록 하는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인간 중심 사상은 개인주의, 향락주의로 흘러 생활의 모든 면에 영향을 주었다. 쾌락과 향락을 위해 사치품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 사치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행하던 무역에만 의지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부족한 금과 보석류, 비단 직물을 공급하기 위해 새 무역 항로를 개척하게 되었고, 그 결과 신대륙의 발견과 아프리카 대륙, 남아메리카의 동해안 등 식민지 개척을 위한 탐험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유럽의 경제적 판도를 변화시키게 되었다.

 

 새로운 무역로의 개발로 부유한 상인 계층이 늘어났는데 특히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국제 간의 해상 무역을 지배함에 따라 막대한 부를 축척한 상인 계층이 신흥 귀족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들은 계급의 과시를 위해 독특한 복식 디자인을 많이 고안해 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의상 스타일의 창안에 기여한 다른 요인으로는 무역이 광범위한 지역과 여러국가 간에 확대, 실시됨에 따라 문화가 서로 융합되고 복식에 상호 영향을 주게 된 점을 들 수 있다.

 

 그 밖에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밀라노, 피렌체,  제네바 등의 도시들은 비단 직물 산업과 레이스 제조를 발전시켜 벨벳, 레이스 등 화려한 의복 소재를 많이 생산해 냈으며, 영국과 프랑스는 모직물 생산이 우세하였다. 프랑스의 리옹은 직물 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유럽 여러 나라들은 중국, 사라센에서 비단을, 이집트, 인도에서 면직물을 수입하였으므로 직물이 풍부하게 사용되었던 여건이 또한 16세기 복식 발달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또한 인쇄술의 발달에 힘입어 이탈리아로부터 유럽 각국에 옷 모양을 그린카드를 인쇄해서 유럽에 새로운 모드를 전파시킬 수 있었으므로, 그림에만 의존하던 때보다 빠른 속도로 의상의 유행이 전파되었다.

 

16세기 복식의 일반적 특징

 16세기에는 유럽 여러 나라 사이에 왕실 결혼과 무역량의 증대, 빈번한 여행 등으로 의복에 상호 영향을 많이 미쳤으므로 기본 스타일은 국제적이고 옷감과 세부적인 장식은 국가적인 특징을 지니게 되었다.

 

 15세기 말부터 16세기 초에는 이탈리아 복식의 영향력이 컸는데, 이탈리아 복식의 특징은 과장을 하지 않은 단순함과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선으로 구성되는 디자인으로 절제를 나타내고 있다.

 

 16세기 전반기는 독일이 의상의 유행을 지배하였다. 독일은 옷감을 째어서 속옷이나 안감이 보이게 하는 슬래시(slash)가 매우 성행하였고, 의복에 심을 넣어 부풀리게 하는 퍼프(puff)의 기법이 발달하여 전 유럽에 슬래시를 유행시켰다.

 

 세기의 진행에 따라 후반기는 스페인이 유행을 주도하였는데, 스페인 복식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 영향을 주었다.

 

 스페인 복식의 특징은 구조물과 같이 견고하고 딱딱하게 보이는 실루엣과 뻣뻣한 옷감 사용 등으로 스페인의 종교와 관련된 형식성, 엄격성, 경직성들을 나타낸다. 스커트를 뻗치게 하는 파딩게일을 처음으로 만들어 냈고 검은색 천을 의복에 많이 사용하였다. 파딩게일과 코르셋의 사용은 여자들의 허리를 가늘게 죄고 스커트를 확대시킴으로써 인체의 선을 인공적으로 확대, 축소시키는 획기적인 전환기를 맞았고, 이러한 후프(hoop)와 코르셋은 이후로 300여 년간 여러 가지 형태와 재료로 개발되어 나갔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속에 셔츠를 입고 그 위에 더블릿을 입었으며 그 위에 저킨(jerkin)을 겹쳐 입기도 하고 아래는 호즈를 입었다. 중기 이후 호즈는 윗부분이 양파 모양의 바지인 트렁크 호즈(trunk hose)로 되고 후기에는 베니션즈이라는 품이 넓은 반바지가 나왔으며, 맨 겉에는 소매 달린 가운이나 케이프를 입었는데, 이러한 것은 현대 남성 복장에 좀 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남자들의 겉옷은 어깨를 강조하여 심을 넣거나 퍼프를 만들어 볼륨 있게 어깨를 넓히고 가슴을 불룩 나오게 과장하여 남성미를 나타냈으며, 다리에는 꼭 맞는 호즈를 신고 심을 넣어 도출시킨 코드피스[codpiece, braguette(프)]는 16세기 남자 복식의 그로테스크한 면을 나타내 준다.

 

 여자 복식은 15세기에 바닥에 끌리던 넓고 긴 로브의 스커트가 스페인 모드에서 유래된 파딩게일에 의해 종 모양의 뻗치는 형태가 되고, 후기에는 프랑스식 파딩게일에 의해 원통형의 실루엣이 되었다.

 

 여자 가운의 목둘레는 스퀘어 네크라인으로 깊게 파여지거나 V자형으로 하여 가슴을 드러내고, 허리를 코르셋으로 가늘게 죄고 소매와 스커트를 확대시킨 새로운 스타일이 고안되었다. 우아하고 과장된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철제의 코르셋, 나물 줄기로 만든 후프, 풀 먹인 천으로 만든 러프(ruff) 등 실루엣을 인공적으로 축소 또는 확대시키는 기법이 창안되었다.

 

 옷감에서 있어서는 직물 산업의 발달로 각국에서 생산되는 벨벳, 비단, 브로케이드(brocade), 다마스크(damask), 레이스 등을 풍부하게 이용할 수 있었고, 모피의 사용, 보석 장식, 편직물의 보급, 자수 기법의 발달 등은 16세기 복식의 장식적인 요소를 충족시킬 수가 있었다.

 

 특히 자수법이 발달하면서 의복은 물론 신발, 머릿수건까지 수를 놓았는데, 옷감의 무늬 전체를 수놓기도 하였다.

 

 자수법에는 드론워크(drawn work), 블랙워크(black work), 컷워크(cutwork) 기법이 개발되었고, 수공업에 의한 레이스의 보급은 16세기 복식 미의 특징을 나타낸다.

 

 자수 장식에 더하여 진주,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등 보석을 왕과 귀족들의 옷에 무늬로 장식하고, 단추나 장신구에도 보석을 많이 사용하였으므로 16세기를 진주의 시대(pearl age)라고 부를 정도로 보석류가 남용되었다. 심지어 1560년 프랑스의 샤를 9세가 사치금지령을 내린 것을 비롯하여 담비 털이나 옷감을 째는 슬래시를 규제하는 법령까지 반포하였으나 크게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