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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역사/서양 복식사

16세기 복식3(르네상스 시대)

16세기 남자 복식

바지

15세기에 남자의 양쪽 다리에 각각 신었던 호즈가 바로 하나로 붙어서 현대의 팬티호즈와 같은 형태가 되었고, 이 과정에서 성기를 덮는 코드피스가 생겨났다. 이 호즈는 옷 길이가 짧은 더블릿과 함께 하의로 입었으므로 바지와 같은 개념이 생겨났다.

 

 16세기 초기에는 허리에서 발까지 하나로 붙은 호즈로 줄무늬가 있거나 양쪽 다리가 다른 색으로 된 것이 있었다.

 

 1515년부터 호즈의 윗품이 약간 넓어지면서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다른 옷감으로 하거나 색을 다르게 함으로써 구분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위를 바지로 아래를 양말이라고 하게 되었다.

 

 1540년 이후 16세기의 독특한 형태의 남자 바지가 된 트렁크 호즈[프랑스어로는 오 드 쇼스(haut de chausse)]는 둥근 호박이나 양파 모양으로 부풀린 형태이다.

 

 바지길이는 넓적다리 중간 길이로, 구성 방법은 세로로 째어진 것같이 일정한 너비의 천이 허리와 아래만 붙어 있는 형태로 되어 안감이 째어진 사이로 보이게 되어 있다. 부풀리기 위해 바지 속에 말털이나 솜을 심으로 넣고 선명한 색의 비단을 안감으로 사용하였다.

 

 트렁크 호즈에는 성기를 덮어 싸는 주머니 모양으로 돌출시킨 코드피스를 끈이나 핀으로 붙였는데, 후기로 갈수록 심을 넣거나 슬래시, 자수 장식을 하여 눈에 잘 뜨이도록 하였으므로 교회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나 1500~1575년경까지 계속 유행하였다.

 

 16세기 후기에 심을 넣어 부풀리고 의복을 과장하는 것이 심해지면서 넝마 조각, 양털 부스러기, 밀기울, 겨 등을 심으로 넣었기 때문에 옷의 솔기가 뜯어지면서 겨가 쏟아져 나와서 봉변을 당하는 수도 있었다.

 

 옷 길이가 아주 짧은 트렁크 호즈에는 캐니언즈(canions)가 꼭 맞는 브리치즈(breeches) 형태로 붙어 있다.

이 캐니언즈는 원래는 트렁크 호즈에 붙어 장식적인 기능을 하였지만 1580년대에 프랑스에서 유행하면서 바지를 뜻하는 것이 되었다. 캐니언즈는 트렁크 호즈와 다른 옷감으로 만들었는데, 무늬 있는 브로케이드나 공단으로 만든 것이 있다.

 

 1570~1600년경에 베니션즈(venetians)라는 다소 헐렁한 바지가 유행하였는데, 이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사람들이 입기 시작한 데서 붙은 이름이다. 이 바지의 형태는 허리에 주름이 있으며 바지의 윗부분이 풍성하게 넓고 무릎에서 좁아지며, 무릎 바로 아래에서 단추나 끈으로 여미게 되어 있다.

 

 베니션즈는 새로운 바지 스타일로 널리 받아들여졌으며, 17세기 말과 18세기에 다시 유행하였고 20세기까지 궁정복으로 남아 있었다. 이러한 형태의 바지는 매우 헐렁하고 부풀었다 해서 갤리개스킨즈(galligaskins)라고도 부른다.

 

 트렁크 호즈나 베니션즈는 더블릿에 리넨이나 실크로 만든 끈으로 연결해서 입었고 아래에는 양말을 신었다. 초기에는 바지에 양말을 꿰매어 붙였으나 후기에는 분리시켜 대님으로 매었다. 다리에 밀착되는 양말은 트렁크 호즈를 널리 입게 되면서 중요한 의상 품목이 되었고, 남자 복장에서 넓은 어깨, 코드피스와 함께 남성미를 나타냈다.

 

 초기의 양말은 천을 바이어스 방향으로 재단하여 다리 뒤쪽에 솔기가 있게 하여 다리에 밀착되도록 신었다.

 

 1550년대까지는 편직 양말이 널리 보급되지 않았으므로 천으로 양말을 만들어 신었다. 16세기 중기부터 편직 양말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생산되었고 그 뒤로 실크 양말, 모직 양말이 나왔다.

 

 양말의 색은 빨강, 파랑, 자색, 노랑 등이 있었으며, 특히 노란색이 애호되었고 금사로 무늬를 놓은 것도 있었다.

 

 대님은 바지와 양말의 연결 부분을 덮어서 가리는 기능을 하였다. 대님을 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무릎 바로 아래서 매는 것, 무릎의 바깥쪽에 넓적한 천으로 리본(bow)이 보이게 매는 것, 무릎 밑에서 돌려감아 무릎 위 앞쪽에 리본이 되게 매는 방법 등이 있었다.

 

외투

남자들은 더블릿이나 저킨 위에 어깨가 넓고 풍성한 독일풍의 외투를 입거나 스페인식 케이프를 걸쳤다. 외투는 앞을 여미지 않고 벌어지게 하여 속에 받쳐 입은 옷이 드러나 보이게 입었다.

 

 외투는 무릎길이의 짧은 것과 발목길이의 긴 것이 있으며, 안에 털을 대거나 털로 가장자리를 트리밍 한 것이 있다. 짧은 것은 말을 탈 때 입었고, 긴 것은 의식용으로 성직자나 고관, 전문직에 있는 사람들이 입었다. 또한 빌목길이의 긴 외투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보온을 목적으로 입거나 집안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입었으므로 나이트가운(night gown)이라 불렀다.

 

 1530~1540년대에 품이 넓고 뒤판 요크에 주름이 많은 외투가 유행하였다. 소매는 어깨에 부풀린 퍼프가 있는 짧은 소매, 직선적이고 품이 넓은 긴소매, 손목으로 갈수록 넓어지고 겉쪽으로 끝을 접어서 커프스같이 보이는 것 등이 있으며, 행잉 슬리브가 달린 것도 있다.

 

 검정 가운에 후드가 달린 것은 남자들이 상복으로 입었다. 후기에는 스페인식 케이프가 귀족들에게 애용되었고, 트렁크 호즈의 부피가 커지면서 케이프의 길이가 짧아졌다.

 

 1580년대에 유행된 만딜리온(mandilion)이란 외투는 군복에서 유래된 것으로, 스탠딩 칼라가 달리고 행잉 슬리브가 있는 엉덩이 길이의 헐렁한 웃옷이다. 양쪽 옆선이 터져 있어서 앞뒤의 몸판이 패널 모양으로 되고 칼라와 가슴 윗부분만 단추로 잠그게 되어 있다.

 

 외투와 케이프는 벨벳, 공단, 나사지, 태피터, 브로케이드 등으로 만들었고, 색은 흰색, 검정, 빨강, 황갈색, 초록, 노랑, 자색 등이 있었다.

 

 외투는 16세기 복식에서 유일하게 슬래시가 없는 의복이다.